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리라. 통 과 품.
사람의 도량이나 씀씀이, 사람의 품성과 인격이라고 하는 뜻인데
나는 이런 면으로 본다면 종지급이다.대접급이 아니라고 비하하는 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스스로 기꺼이 종지를 자처한다. 이름하여 '종지론'.
어릴 때 할머니께서 "하이구, 고년. 종고래기(조그만 바가지)처럼 쓸모도 많네"하시며 귀여워해 주셨는데, 나이 먹어서야 그게 내게 맞는 칭찬인 것을 알았다. 나아가서 제 그릇 크기에 맞는 생활을 해야 행복하다는 것도 알았다. 큰 그릇, 큰 일, 큰 사람...이렇게 되어야만 성공한 사람으로 알아주는 세상에서 '나는 용량이 작은 밧데리야. 나는 간장 종지야.'하면 웃음거리란 걸 알지만, 억지로 기를 써가며, 세상의 재미없는 통념에 끌려다니며 남의 눈높이를 채워주느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당당히 쪼잔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게 내 인생관이다. '척'하고 '체'하고 남을 의식하다 보면 인생길이 고생길이 될 게 뻔하니까. 그런데 주위엔 참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릇 크기를 인정 안하고 지치고 피곤하게 살고 있는 게 보인다.
일전에 사십년만에 만난 남자 동창생에게 들은 말이 "집에서 썩기 아까운 사람인데"였다. 나를 산채로 썩히고 있구만.. 아직도 멍청한 그양반.. 아 물론 그는 나를 우수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하고 있는 거지만.
끌탕같은 삼십대를 지내고, 이젠 극복하고 , 누르고, 넘어서고,굳어진 마음으로 허허허...나는 쓰임새 많은 종지가 되어 양푼과 대접과 접시와 곰솥 사이에서 요모조모 활약을 해야지.숟가락으로 국을 푸면 백번쯤엔 대접을 채우겠지만, 국자로 밥을 뜨면 못할거야 없겠지만 그래도 용도에 맞는 쓰임새가 편안하지 않겠는가.
오래전에 읽은 이야기 책인데.. 한 젊은이가 득도에 뜻을 두고 큰 절을 찾아갔다. 큰 스님은 마당을 쓸라고 하셨다. 한동안 쓸어도 공부를 시켜주지 않자 '스님 저는 도를 구하러 왔어요'하고 불평했다. 큰 스님은 설거지를 시키셨다. 또 마찬가지의 생활이라 '스님 저는 이런 걸 하러 절에 온 게 아니라 도를 닦으러 왔다니까요'하고 따졌다. 그 후의 스토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스님이 혼줄을 내고내쫓았는지, 해우소 청소를 시켰는지, 경전 공부를 시켰는지, 그가 득도, 해탈 했는지. 이야기가 어찌 흘렀든간에 여기서 말하려 했던 게 무었일까. 하찮은 것, 일상의 것, 모든 것을 통해 득도, 해탈 할 수 있어야 함인가. 진리가 일상보다 높지 않음인가. 아집, 자만을 버려야 함인가. 큰 스님! 뭐예요. 안 가르쳐 주실 것이다. 스님도 모르시던가 아니면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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