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줌마 밥하다 道를 엿보다

이마마 2013. 7. 3. 15:05

 

내 어머니는 살림살이에 완벽, 철저하신 분이셨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퍽 깐깐하게  빈틈없는 생활을 강조하셨고, 엄격하다기 보다는 다소 빡빡한 생활을 스스로 하셨다. 자식들에게 그런 태도를 강요하시지는 않았지만 나도 큰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물론 자식은 키우는대로 크는게 아니란 걸 내 자식을 키우면서 잘 알고 있지만, 그 애들도 엄마를 사랑하며, 지겨워하며 닮아가고 있으리라.나처럼, 누구나 그런 것처럼.

음식 솜씨가 좋으신 어머니는 정성까지 대단하여, 밥이나 반찬은 언제나 갖지은 밥, 갖 구운 김, 금방 무친 나물...이렇게 밥상을 차리셨고, 보온 밥솥이나 두고 먹는 밑반찬 같은 건 아예 이해를 못하셨다. 찬밥, 식은 밥 이런 건 우리집 부엌에 없었다. 여기까지로 보면 참 좋다. 대단하다. 나도 그렇게 살림을 했다. 냄비에 쌀 한컵 밥을 하고 김도 두장만 기름발라 매번 구워가며. 그런데 그런 철저한 정성이 좋기만 한 걸까...늦으면 안되고, 못오면 밥 시작하기 전에 꼭 연락하고,남기면 곤란하고, 늦게오면 먹을 게 없고.따끈한 밥도 좋지만 언제라도 엄마에게 오면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푸근함도 위로며 그리움일 것이다. 해서, 에이! 나 그냥 대충 대강 할래하며 철저함이란 올가미를 놓아버린 후,,나는 뜻하지 않게 도가 트인 듯< 찬밥론>을 꾸며대고 있다. 세상에 하찮은 건 없다. 쓰임이 없는 것도 없다. 매끼 새로 지은 밥을 포기하고 한 솥 그득 해놓은 찬밥은 그 용도가 무궁무진 했다.볶아서, 끓여서,눌려서,말아서, 왜 이걸 진작 모르고 나와 식구들을 닦달했는지 갖지은 밥도 맛있지만, 찬밥도 얼마나 식탁을 다채롭게 하는지, 이런걸 인정하며 얽매인 자신의 틀을 벗어던지는 게 얼마나 크게 깨우치는 길인지, 밥하다 생각해냈다. 아니  찬밥 신세라니..세상에 하찮은 건 없다. 쓰임이 없는 것도 없다. 그리고 무엇이 더 우월하다고 우길 수도 없다. 범사에 매사에 만사에 道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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