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알뜰함이 창의성을 발휘하게도 한다.
작년에 라탄 소재의 여름백을 몇 개 만들고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중에서 살 수도 없는 가방이라 만들어주고 싶은 몇사람을 위해 라탄원단을 사두었다.
하지만 숙제가 늘 그렇듯 미루다가 여름오게 생겨서 부랴부랴 재단을 하는데
그러다 아주 애매하게 라탄이 남아버렸다.이리저리 남은 조각을 퍼즐처럼 맞추고
부족한 몇 센티를 오히려 더 잘라서 천으로 연결하고 ... 어! 멋있어. 맘에 들어! 이렇게 탄생된 가방.
그냥 버리느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욕심과 공을 들여 만든 것보다 더 좋아보이는 건 나의 성품탓인가.
패턴도 없이 얼렁뚱땅 만들어 본 모자와 가방이 여름을 기다린다.
모자 만들기는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냥 계속되는 도전이다.
'이제 그만해야지'하고 매번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이러고 있다
.
비단 이런 만들기만이 아니라 내 생활 곳곳에서, 많은 것에서 그만두어야 할 것들 뿐이다.
블로그 쓰기도 5년이 되었다. 더 이상의 글쓰기는 별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부담스러운 미련이다.
내게 새롭지 못하고, 내게서 더 다른 것이 나올 수 없으며, 내가 즐겁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고 싶었던 사람이 범하게 되는 치명적인 실수가 생각이 나오지 않는데도 멈추지 못하고
너절한 잔재주를 부려보려는 것이다.
이제 끝내기로 했으니 마무리를 해야할 텐데... 아직은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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