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조각이건 누덕누덕이건 요리조리 주어진 천조각을 가지고 놀아본다.
하다하다 별로 할 게 없거나, 새로 살 천도 마땅치 않거나, 그냥 돈 안들이고 있는 것들로.
그러니까 바느질을 안하면 오는 금단증상을 이기지 못할 때 나는 패치워크란 걸 하기로 했다.
이제 가방만들기도 거의 막바지에 온 것 같고, 또 더 이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으니 슬슬 마음을 떼어놓아야 한다.
내가 만든 것 들을 위해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지가 봄이면 거의 5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나름 성실했으니 이 또한 마음을 접어야 할 때가 다가온다.
잘 하던 것이 자꾸 귀찮아지거나 게을러지면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 보다 그만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노화이다.
노화는 자연스런 일이고 나는 애쓰고,떼 쓰고 하는 일에 약하다.
패키지로 사서 만든 가방을 보고 집에 남아있는 조각천 들을 모두 불러모아 요리조리 배치해서
좀 다른 모양으로 만들었으나 결과는 그냥 소박하다.
나는 솔직히 내가 구성한 조합들이 멋있기를, 남이 한 것 보다 더 내 취향에 맞기를 기대했으나
나는 아마추어이고, 재활용은 한계가 있고, 돈을 안들이면 그만큼에 딱!인 것이다.
마이 올드 롱샴. 1991년이면 언제냐..싶다. 손가락을 동원해서 헤아려 본다.
그 때에 파리에서 사왔던 오래되고 낡은 롱샴백이 나의 패치워크 장난에 소환되어 나왔다.
나의 작업의 반은 만들어가면서 생각해내거나 바꾸거나 하기 때문에 언제, 어떤 물건이 나올지 모른다.
이것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그러니까 실망스러움을 위로하려고 순발력으로 짜낸 나의 가상한 아이디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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