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있기에 더 건강한 생활을 한다.
심한 상태가 아니라면 좀 안좋은 건강 상태는 바른 생활을 하도록 도와준다.
몸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다가는 큰 댓가를 치루게 되겠지만
적당히 겁먹고 정신차려서 몸과 병의 관리에 들어간다면 뭐 그리 나쁠 것도 없다는 게 요즘 깨달음이다.
내 몸의 상태를 나타내 줄 수 있는 모든 숫자들이 나이와 함께 더하기를 계속한다.
할 일 없어지는 노년에 제 몸이나 챙기라는 뜻인지 정기적으로 순례하는 과들이 늘어간다.
그렇게 종합병원이 정기적으로 불러내서 찍고 재고해주니 뭐 쉽게 아플 수나 있겠는가!
나쁜 거 안먹고,못먹고 운동하고 병원다니며 온갖 호강 다 하니 백년을 살까봐 걱정이다.
가뭄이 걱정이더니 장마에 물난리가 또 걱정인게 하늘 아래 사는 사람 모양새이다.
우산이 꺾일 듯 세찬 비바람에 텃밭 애들이 걱정되었다.
쓰러진 고추와 토마토는 세워주니 빗속에서도 빨갛게 익어간다.
쑥갓의 여린 꽃잎은 하얗게 내리던 폭우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멀쩡하다.
물을 흠뻑 먹은 채소들은 안심하고 씨를 퍼뜨릴 채비에 들어갔다.
인생에는 언제나 많은 역설이 있다.
내가 알아서 좋은 것, 내가 알지 못해서 나쁜 것이 언제나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더라.
TV 옆의 동양란이 꽃을 피웠다. 언제 꽃대가 올라왔는지도 모르다가 우연히 맡아진 향기에 어리둥절 알게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귀한 게..은은하고 고고하고..좋은 일 있을라나...뒤늦은 호들갑이다.
난 화분은 세상 추악,추잡을 끊임없이 되풀이 말해주는 TV와 30cm도 안 떨어져 있는데 나는 꽃을 보지 못했다.
슬쩍 향기로 어리석은 나를, 그래도 늦지 않게 챙겨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