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만들기

가장 간단한 것, 제일 좋은 것 - 가방만들기 32

이마마 2017. 7. 4. 18:53

Back to basics.

이 생각이 떠오르고,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면 이제 거의 다 왔다는 거다.

인형을 만들때도 그랬다.

나는 마치 모든 것에 다 흥미가 있는 사람처럼 왕성하게 새로운 것으로 관심이 뻗어나가다가

어느 때가 되자 자연스레 차분한 눈으로 조촐함이, 단순함이, 기본적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썼었다.

이제 또 한번 나의 집착스러운 작업의 끝을 예감하면서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성실과 열심. 그 이상으로 수고했던 나에게 이젠 그만 거기서 나오라고 하고 싶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떤 감옥이든 스스로 만들어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 그것이 보람이나 기쁨이나 사랑이라도.

감옥이라는 표현을 쓰는 마음은 어떤 땐 자유롭고 어떤 땐 복잡하다.

이제 나는 조금 더 단순해지리라. 전부터 한번 써보고 싶은 말이 있다.

<이거 겁나 이뻐!>  다른 멋진 말 다 쓸데없다. 그냥 겁나 이쁘다.







모양이 딱 잡히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처지며

지퍼나 다른 잠금 장치도 없고, 용도나 모양은 그저 비닐이나 종이 쇼핑백 정도지만

어디든 기죽지 않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라고 생각한다.

만들기도 쉬워서 자꾸 주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는 착한 가방이기도 하다.

사실 2년전에도 나는 이 가방을 보았다.

가방만들기를 막 시작하던 때였는데  그때는 지금과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원단은 너무 고전적으로 퀼트스러웠고 모양은 애들 보조 가방이었다.

선무당은 난감했었구나. 이제는 힘 다 빼고 그때와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을까.

나는 2년간 멍청히 바느질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우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