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원단을 고르는 나를 의식적으로 보니
나는 계속 천 속에서, 그 무늬에서 어떤 이야기를 찾고, 지어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예쁘고 멋있는 것과는 거리가 생기고, 가방의 모양도 한정되곤 한다.
그래도 그렇게 되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
소설 책을 사는 것도 아닌데.. 나는 계속 이야기를 담고 싶어 천의 무늬에서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이 가방의 제목은 <This is the city life>
빵과 커피가 실제로 구수함을 풍기며 진짜로 나를 유혹한 이 원단은 처음부터 무조건 좋았다.
빵과 커피는 근본적인 것으로부터 사치스러움까지 모든 것을 간직한 것들이다.
Hand Made 가죽 라벨을 부착해서 기분도 돋구어주고..
규칙적인 듯 아닌 듯 , 복잡한 듯 심플한 듯, 화려한 듯 차분한 듯, 매력이 오묘하다.
만드는 내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패스트 푸드 ...<도시인>에서 힌트를 얻은 This is the city life.
가고없는데..신해철의 노래가 요즘엔 아!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하고 다시 들린다.
빵과 커피, 빽빽한 자동차가 들어찬 숨막힘도 좋든 싫든 떼어낼 수 없는 친근함으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앞 뒤를 다르게 해서 이야기를 담고 싶은 시도는 이번이 세번째이다.
물론 해보니 보기는 별로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방은 가방일 뿐 이야기 책이 아니다.
그렇지만 워낙 밤에 잠을 날려가며 떠오른 생각이라 실행하기로 했다.
처음엔 <그곳 - 빠리 > 라는 이름으로 빠리의 명소가 앞, 카페에서의 아침식사가 뒤.
두번째는 <삶과 쉼>으로 자동차가 앞, 북유럽 밤의 숲이 뒤 - 이건 나름 무릎을 친 생각이었건만 실제로 완성은 못했다.
그리고 이 세번째 작품을 끝으로 나의 야심찬 시도를 살며시 접어야겠다.
누구에게 줄 생각만 안하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성공적이지 않아도 내가 생각한 바를 해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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