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이야기 2
작은 에메랄드가 차분히 자리잡은 이 반지는 최근에 리셋팅한 것이다.
언제부터 내가 가지고 있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아마 20년은 넘었으려나.
이 비운의 에메랄드 반지는 거의 50년쯤전에 아버지가 어딘가 외국에서 사오신 것이다.
1960년대의 경제 상황으로는 분명 넉넉치 못했을 것이고, 그러나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던
젊은 남편은 작은 반지를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그 초라한 크기의 보석에 실망했었나보다. 하여튼 언젠가부터 내가 가지고 있었지만 한번도 끼거나 한 적은 없었다.
아흔이 넘은 아버지가 입원을 하셨을 때 나는 갑자기 이 반지가 떠올랐다.
부모님은 아마 기억도 못하실 것이다. 내 서랍 어디에서 굴러다니다가 내가 없어지면 그냥 버려질 것이다. 작은 반지를 골랐던 그 마음이 애처로워서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다.
어디에 부탁하기에도 좀 망설여졌다. 새로 하시지 왜 굳이 이거에 돈을 들이세요라고 하면 어쩌나.. 이런 건 안 맡는다면 어쩌나.. 별로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없어요 하면 어쩌나... 젊고 실력있는 디자이너인 그사람에게 나는 좀 창피해가며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엄마의 심정도 덤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선뜻 수락했고,진지한 얼굴로 내 의도를 잘 이해하는 듯 보였고, 우리는 장신구 이상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쨌든 고색창연이 아니라 구식 처연했던 그 반지는 심플 모던으로 다시 태어났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데 정말로 쬐끄맣다.
눈이 나쁜 나는 그래도 그 초록빛을 예쁘게 느껴보려고 돋보기를 쓰고 이리저리 들여다 본다. 그러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몇 번을 되뇌이니 선명한 초록색이 눈에 들어왔다. 이쁘다.내 반지.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