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 국왕의 나라
너무나도 일반적이지 않은 이 나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보루네오 섬의 제일 위쪽에 자리한 작은, 그러나 부유한 산유국.
국왕이며 동시에 수상, 국방,외교,재무,또 뭔가의 장관직을 다 겸하며
대부분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국왕.
그 국왕은 40만명 정도의 인구를 먹이고, 가르치고, 치료해주며 동화속 왕국처럼 현대를 살고있다.
나라를 온통 금칠을 하려는 듯 25톤의 황금으로 29개의 황금돔을 세운 현 국왕의 모스크.
나는 한 해 2천억 적자를 내며 당당히 운영중인 7성급 호텔 엠파이어에 저렴하게 묵으면서
팔자에 없는 럭셔리 투어를 해보았다.
선왕을 기념하는 오마르 모스크는 인공 호수에 비치는 reflection이 일품이다.
브루나이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 술, 담배를 팔지 않으며 사방에 아름답고 호화로운 모스크가 있었다.
기도 시간에는 거리에 아잔 소리가 울리고 여자들은 비행기의 승무원까지도 히잡으로 머리를 감쌌다.
수상 가옥은 서민들이 더위와 해충을 피해 살았던 전통적인 주거 형태라는데
물 때가 끼는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꽤 괜찮게 사는 듯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호화로움 - 엠파이어 호텔
손이 닿지 않는 곳의 노란색은 모두 금이라는 이 호텔은 원래 왕의 영빈관이었다고 한다.
'이런 곳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지' 하는 듯이 상식적인 운영 따위는 무의미한 곳이었다.
호텔의 수영장을 통해 보이는 남중국해 - 평화로운 풍경과 따뜻하고 부드럽던 물결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실로 몇 십년만에 바다에 들어가 보았고, 서양인들처럼 풀사이드의 썬베드에 누워 2시간을 버티는 놀라운 인내도 발휘했다.
맹렬한 맹그로브 숲.
허공에 무성한 뿌리를 드러내는 신기하고 강인함이 느껴지던 이 나무위로 야생 원숭이들이 살고있었다.
열대 우림이라는 후텁한 느낌과, 뭔가 생명체들이 마구 꿈틀거리는 묘한 기운이 물과 땅이 섞인 그곳에 있었다.
여행을 다니며 좋았다, 나빴다로 그 곳을 평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은 더욱이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세상에는 여러 풍경과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지만 대개는 알고 있는, 일반적인 면이 있다.
물론 브루나이도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일이야 얼추 비슷하겠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그 나라가 국왕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직도 왕이 있는 나라는 많지만 우리는 누구도 그런 국가들을 왕의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나라를 독재국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국민들도 국왕을 존경하며 풍요롭게 산단다.
원유와 막대한 금융,부동산 투자, 세계 최대의 궁전, 왕의 자가용은7000대, 전국민에게 복지 혜택, 황금의 사원...
돈이 아주 많으면, 아주 아주 너무 너무 많으면 무슨 일이 있고 어떤 일이 있는지...
내가 그걸 어찌 알고 짐작할 수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