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의 문턱이라도 - 운남성 여행
10년전에 본 TV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는 퍽이나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어떤 매체를 통해 본 것을 내가 직접 가본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한 것 같다.
요즘은 그야말로 세상이 좋아서 ' 아 저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실현할 수 있다.
그렇게 몇년을 벼르다가 결행한 운남성 여행은 하필이면 사드문제로 뒤숭숭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떠났지만
운남성의 봄은 맑고 아름답고 평화로웠고, 소수 민족들은 친절하고 순박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렇게 설산과 마주했다.
여강 시내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옥룡설산은 너무나 가깝게 느껴져 오히려 지금은 신기루 같은 느낌이다.
웅대한 자연을 무대 장치로 활용한 인상쇼도 그 공연의 완성도보다는 그 기획 아이디어 자체로 대단하게 평가하고 싶다.
물길 거센 호도협을 지나 그 위로 아직 조금 남겨두었다는 차마고도 옛 길을 아슬아슬 걸어보았다.
중도객잔에서 점심을 먹고 바라보는 협곡 건너 설산은 평생 본 설산 중에 가장 가까워서 손을 뻗어보게 되었다.
어린 나시족 소녀가 걸그룹 복장을 하고 그 오지의 객잔에서 외국인을 보며 서빙을 했다.
그 애가 품었을 그 아득한 동경과 나의 한나절 사치스런 힐링이 그 객잔 어느 지점에서 엇갈린다.
자연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예민하게 되살아나는 감상으로 마음의 굳은살을 조금이나마 떼어낸다.
티벳을 그려보며 샹그릴라.
오지 여행을 동경하는 사람에게 막연하지만 그래서 경외감 같은 것을 갖게 하는 티벳.
하지만 라싸 이외에는 아는 것도 사실 없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갈 확신이 들지는 않는 곳이다.
그래서 티벳같은 곳이라는, 장족이 사는 운남성의 샹그릴라로.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소설로, 영화로 히말라야가 숨겨놓은 이상향으로 관심을 끄는 장소였다.
3500m에서 고산증이 왔다. 몸은 힘겹고 마음은 두려웠던 고원의 첫경험이었다.
무지했고, 건방져서 준비도, 대비도 안하고서 크게 한번 놀랐다.
찍은 사진이 다 조금씩 흔들렸는데 몸이 힘들었음을 그걸보고 다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하늘이 가까워 보였고, 숨이 차서 밤에 열어젖힌 창문으로 많은 낮은 별들을 보았다.
티벳장족 아주머니에게 수유차를 얻어 마셨고, 저녁무렵 각 집앞엔 서너마리씩 가축들이 정확히 제 집을 찾아 모여들었다.
올려다본 송찬림사는 찬란했고, 고행하듯 올라가서는 저 멀리 아직도 天葬을 한다는 산을 보며 으스스했지만
내 상상, 우리 풍습만 알고 있던 내 마음만 놀라고.. 까마귀는 무심히 그 사이를 오가는가 싶었다.
여강고성
역사와 문화와 물길이 같이 흐르며.. 그들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역시 중국다운 활기
성도 무후사에서
이렇게 막힌듯 돌아가면 ...
반쯤이라도 아직은 열린 아름다운 문으로 오며 가며....
세상 어디라도, 누구라도 그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