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포항에서 강릉까지

이마마 2016. 4. 15. 16:37

여행을 하는 일도 좀 생각해보면 세월따라, 나이따라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국내 여행은 해외 여행과는 달리 대부분 몇 번씩 다녀온 곳을 또다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것은 나의 경우엔 여행자로써 여행지를 보는 시선의 깊이와 각도가 나이듦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행도 하다보면 는다는 건데 요령이 늘어나는 것보다, 느낌이 는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몸은 나이에 따라 여행에 조금씩 제약을 주지만

 잘 살아간다면  나이듦은  늙음이 아니라 끝까지 성장이 될 수가 있으니

행복한 여행을 하는데는 지장을 주지도 않고 보탬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봄의 딱 한가운데, 별 계획도 목적도 없이, 한반도의 등허리를 따라 바닷길을 달려보았다.







포항은 처음 가 본 곳인데, 그런만큼 포항제철과 영일만 일출, 상생의 손 등을 챙겨서 보았다.

젊을 때와는 달리 나는 중공업 도시에 감동한다. 울산도 창원도 포항도 말랑말랑한 어느 예쁜 도시보다

뿌듯함이거나 짠함이거나 진(찐)함에 더해 거대함과 순수함을 같이 느끼며 퍽 감상적이 된다.

아마도 밑을 괴고있는 든든하고 고단한 기단석을 보고있는 것처럼, 나와는 너무 상관없어 미안한 것처럼.

구룡포의 대게집을 다 놔두고  골목안 작고 늙은 할멈이 끓여준  까꾸네 모리국수도 그런 감상으로 먹었다. 


그대 행복하고 싶다면 삼척에서 레일바이크를 타세요.






나를 유쾌하게 만든 곳, 그 어떤 놀이기구보다 신나고 재미있었던 경험.

파도가 세게 치면 물이 튈 것처럼 해변에 가깝게 설치된 레일, 울창한 해송이 늘어선 길,

환상적인 조명의 터널, 5km 내내 아이처럼 신나고 행복했던 기분.

그래서 나는 권한다. 그대, 행복하고 싶어지면 삼척에서 레일바이크로 해변을 달려보라고.


경포대가 아닌 강릉


 고등학교때 수학 여행을 시작으로 10번도 넘게 갔을 강릉인데, 그동안 간 곳이 경포대 아닌 경포대였었다.

그러니까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은 경포대 해수욕장뿐이었던가 하여 헛웃음이 나왔다.

이번엔 경포대에 직접 올라 경포호도 바라보고, 솔향 수목원에서 솔향을, 테라로사에서 커피향을 즐겼으며

예전엔 맹맹하던 순두부집에서 담백한 고소함도 맛보았다.






  


오대산 - 월정사와 상원사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길은 이미 늙어버린 것처럼 썰렁하고 허전하다.




석가탄신일 준비를 하는 중.




돌고 돌렸다. 바라는 일, 원하는 일이 있기에.




마침 점심 공양시간. 깊은 산사에서 소박한 식사로 마음을 채우다.






선재! 고은의 소설 어린 나그네를 읽던 게 1975인가...

고단한 구도의 길을 그린 선재동자의 이야기가 안타까웠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간발의 차이로 계속  엇갈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기억된다.

道, 眞理란 그런 것이련가 싶다. 이렇게 나이가 드니 그게 안타까울 일이 아닌거라고 생각된다.

태어나 살아가는 올바른 모습이며, 과정이며, 어쩌면 다다를 수 없는 것일지도.

 선재라는 이름으로 참으로 오랜 기억을 만났다.